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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현대미술여행2001년6월 마패심사

*독일의 현대미술여행은 독일의 미술을 우리눈으로 읽고 우리의 시각을 찾고자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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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포트폴리오 만들기.

백기영( 뮌스터 미대)

옆의 그림을 클릭하시면 뮌스터 쿤스트 아카데미로 이동합니다.

마패심사에 한국학생이?

우연히 학교의 게시판을 지나다 다음과 같은 공고가 나붙은것을 보았다.이번 마패심사에 학생대표 2명이 같이 참관을 하게되고 의견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두명을 제비뽑아 참관하게 한다고 해서 나도 참관하고 싶다고 작은 쪽지에 적어 학생회 우편함에 넣었다.이번학기부터 외국인 학생회 대표로 일하게 된 것이 나의 이와같은 관심을 자극하였다.이번 학기 처음으로 학생회 전체가 모임을 갖는 날 제비뽑기에서 처음으로 덜컥 내가 뽑혔다.우연이었을까? 내가 이들의 입학시험을 지켜보고 싶어하는 마음이 통한 것일까? 암튼 나는 올해 독일의 미술대학 입학시험 절차를 지켜 볼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심사기준.

아침 9시부터 진행되는 마패심사에 나는 서둘러 가야했다.아침마다 아이들을 유치원에 바래다 주고 곧바로 달려 가면 9시 까지 학교에 간신히 들어선다.언제고 11시가 넘어서야 모든 일정을 정하는 이곳 교수님들도 모두 정시에 약속장소에 도착해 있었다.준비된 마패들이 쌓여 있는 마패 심사장에는 밖에서 다른 사람들이 들여다 보지 못하도록 창을 가려 놓았다.총 190개의 마패를 오늘 하루에 다 보아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인지 교수님들은 간단한 인사와 함께 각자에게 주어진 평가 지와 평가자 일련번호를 부여 받았다.점수는 1-4점 까지를 줄 수 있는데,세가지로 평가 기준이 구분된다.하나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기술적 완숙도,끈기있는 성실성,이었다.여기서 합격을 하려면 세개를 합쳐 6점 이하가 되어야 한다.(독일의 점수기준은 한국과 반대로 낮은 점수가 높은 기량을 나타낸다.)모두 7명의 교수님들이 심사를 하고 이 심사의 총점은 다시 7로 나누어 평균점수가 환산되는 것이다.일곱명의 교수중 회화 교수가 세명, 미디어와 영상이 한명, 조각이 두명,사진과 회화를 같이 보시는 교수님이 한분 모두 일곱분의 선생님들이 있었다.이들은 서로 다른 예술관을 가지고 있지만 거의 모든 경우에 의견일치를 보았다.그러나 몇몇 마패의 경우에는 서로 다른 관점이 아주 심하게 대립하게 되는데,이럴 경우 심사위원장은 다수의사를 물어 결정한다.서로가 오랫동안 한 아카데미에서 알고 지내온 절친한 사이들이라 이미 서로의 성격과 관심을 잘 아는 것 같았다.특정 스타일의 학생작업이 올라오면 곧바로 해당교수의 의사를 먼저 묻는 등의 배려 같은 것에서 더욱 그러했다.

마패심사는 예술심사?

마패심사를 지켜 보면서 과연 예술의 진위를 이렇게 순식간에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을까?하는 의심을 갇게 되었다.그자리에 있는 교수들의 관심에 맞는 작업은 받아들여지고 그렇지 못한 작업은 밀려나는 것이 아닐까?하는 예술평가불가론 과 같은 회의감이 생겨나는 것이다.이런 한계적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수님들이 골라내는 마패들에 대해서 나도 모르게 정당성을 부여 하고 있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누가봐도 선택 할 수 있는 기준이라는 것이 있는 것이다.예외적인 상황들은 언제든지 존재한다.그자리에 함께 하는 사람들이 읽어 내지 못한 기가막힌 예술이 그곳에 숨겨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마패심사는 그 상황자체를 예술적 제한 조건으로 이해하고 작업하는 것이 중요하다.일례로 한 학생은 마패를 한 커다란 박스로 만들어 제출을 했는데,마패를 열면 다양한 공간을 만들고 그안에 작은 오브제와 시진들을 같이 집어 넣었다.이것들은 하나하나 아주 흥미를 끌기에 부족함이 없었다.그러다가 한 뚜껑을 열면 거기에서 스피커가 달린 오브제가 나오는데,이 스피커는 열려짐과 동시에 작동을 한다.심사위원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우수개소리를 내뱉은 이 스피커는 한참을 뭐라고 떠들다가 잠잠해진다.이 학생의 마패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하고 다시 두껑에 집어 넣으려고 하자!"아! 제발 저를 떨어뜨리지 마세요.살려주세요!"라고 소리를 질러 모두를 웃게 했다.이 작업의 예를통해 마패심사상황은 하나의 예술적 컨텍스트로 읽혀 질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시를 할때는 어떤 장소에서 어떤 테마의 전시를 하는지를 유의해야 하는 것처럼 숱한 마패들을 골라내는 심사위원들과 자신의 작업이 만나는 상황에 대한 적절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그러기에 어떤 화일안에 어떤 박스안에 어떤 매체안에 자신의 작업을 넣을 것인지를 고려하는 것이 필수적이다.문구점에서 돈을 주고산 마패 화일보다 본인의 예술적 감각을 담은 어떤 별도의 케이스에서 부터 다양한 아이디어는 이 첫만남으로 부터 무언가를 던져주는 것이어야 한다.꼭 헌책방에서 산 낡은 책들위에 자신의 작업을 붙여온 학생이나 꼼꼼하게 정성스레 그린 작은 드로잉북에서 부터 중국에서 온 비단화들을 무명보재기 같은 것에 싸서 허스름하게 묶은 형태등도 심사위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떨어뜨리는 시험이 아닌 좋은 학생을 기다리는 시험

많은 사람들이 시험은 떨어 뜨리기 위해 치른다라고 생각한다.더우기 경쟁률이 높고 적은 학생들을 선발하는 독일의 쿤스트 아카데미는 많은 학생들을 떨어 뜨리고 그중의 몇만을 골라낸다고 생각하기에 더욱그렇다.그러나 마패심사를 지켜보는 시종일관 나는 시험관들이 아주 호기심에 차 있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새로운 마패가 올라올 때마다 이번에는 "정말 좋은 마패이기를..""우리 밥먹기 전에 두개만 더 뽑읍시다."등의 가볍게 던지는 교수님들의 이야기속에는 이러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학교의 정원이 정해져 있어 몇명을 뽑고 그 이상이 되지 않아야 하고 등등의 기준들을 가지고 들어 갔던 내게는 완전 다른 경험이었다.좋은 학생들이 많이 있으면 그해에는 60명이 넘는 학생을 뽑는다.그만큼의 학생이 없으면 더이상 뽑지 않는다.올해 Freie Kunst 에서 총 27명의 학생을 뽑았다.그중 6명이 한국학생이었다.많은 한국학생들이 뽑히는 것은 그만큼 좋은 학생들이 많다는 것으로 받아들여도 좋을 듯하다.이번 심사에 제출한 마패들은 그야말로 전세계에서 몰려온 것들이었다. 그중 외국인으로는 한국인이 23명, 중국인이 9명,일본인이 2명,터어키인이 3명,스웨덴,이탈리아.도미니카 공화국,칠레,유고슬라비아,러시아,등 세계 각지에서 미술교육을 받으려는 학생들의 지원이 있었다.

마패제작 주의사항

마패를 열어보면서 몇가지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참고가 될만한 조언들을 적어봅니다.

첫째,마패전체가 일관되게...

마패는 자신의 예술적 관심사를 한눈에 보여주는 수단입니다.그러기에 전체적인 일관성이 필요합니다.예를들어 조각과 사진에 관심이 있는 학생의 마패에 회화 작업이 들어 있었습니다.조각교수와 사진교수는 사진과 조각만으로 이미 학생을 뽑을 각오를 했습니다.그런데,회화 교수가 중간에서 "그는 전혀 그림을 그릴 줄 모르는 군요."라고 말하면 다른 교수들이 그것을 반증하기가 어려워지는 것이죠.그리고 마패의 특성에 전혀 맞지 않는 작업이 중간에 나오면 계속 들쳐보던 마패를 덮어버리고 말더군요.

둘째,첫번째 작업에 힘을 ...

마패의 첫번째작업은 작업 전체의 첫인상을 좌우합니다.일례로 한 학생은 아주 거칠고 과격한 회화를 하는데,그의 첫작업은 거친 필치로 그은 한 획의 작업이었습니다.회화교수 왈"저 작업이 맨위에 있는 놈 같으면 더이상 볼거 없이 합격이요."물론 그의 다른 작업들을 모두 보지만 첫작업에 대한 학생의 신념을 존중해 주었다.

셋째,성실성은 모든 일의 해결점.

무엇을 하든 열심히 하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중요한 사항이다.그러나 마패들을 들여다보며 일년뒤를 기약할 수밖에 없는 결정을 지켜보니 모든일의 성실성은 마패준비를 위해 더욱 중요했다.재능이 있어도 성실성이 떨어져 보이는 마패 ,작업의 수가 적은 마패,화면을 너무 절재하지 않고 다룬 마패(이 절재라는 것은 잘 그리려는 소심함과는 완전히 다르다-한국적 개념의 기능적으로 완숙하고 잘 그려진 마패는 기능공들의 작업같고 예술가적 기질이 아주 결여된 것으로 간주한다.)대충 막그린 그림들이 하나라도 나오면 그순간 마패는 접혀지고 만다.

넷째,한국인의 과제 상상력을 해결하라.

오랫동안 한국에서 날아온 마패들을 지켜본 교수님들은 한국인의 작업들에 대해 익히 잘 알고 있었다.그중 대표적인 지적들은 한국인의 상상력 빈곤이다.그것은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경험한 것들이기도 하겠으나,마패전체가 건조하고 상상력을 다룬 작업들은 언제나 획일적이다. 마패심사 중 한 괴기한 초현실주의적 상상력을 표현한 학생의 작업이 나오자 마자 ,한 교수는 "그를 한국으로 좀 보내야 되겠군요.그는 절제가 필요하고 한국인들은 상상력이 필요합니다."라고 우스개소리를 했다.한국인이 심사장에 같이 있는 것을 염두에 두고 던진 우스개소리라 그의 그런 표현에 나도 수긍하고 말았다.

다섯째,자신의 예술에 대한 배짱이 든 마패.

마패심사는 그것을 통해 전시를 하려하는것도 아니요 .그것으로 자신의 인생이 결정되는 엄청난 상금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단지 학교에서 교육을 받을 만한 창의적 사고를 지닌 학생인지를 심사하는 것이기에 예술에 대한 본인의 배짱이 담긴,또한 그의 신념을 들어내는 마패제작이 요구된다.특히 예술에 대해 열려진 교육과 사고를 시도하는 교수님들에게 있어서는 괴팍하고 개성있는 천진한 상상력들을 기대하는 것이다.

이글을 정리하며...

한국인들의 유학행렬이 끊이지 않는다.190개의 마패중 23개의 마패가 한국인들의 것으로 올해도 외국인 지원자수의 가장 많은 부분들 차지했다.유학을 나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자질이 부족한 작가들을 양산하는 한국교육이 부끄럽고 학생들을 내몰아 자신의 기득권을 확대시키려는 교수들의 무지함이 부끄럽다. 아무쪼록 나는 이번 심사과정을 통해 생각하게 되었다.예술이 정말 자유로우려면 예술을 담는 그릇이 넓어야 한다. 예술기구들 ,미술제도들 ,학교와 화랑,미술관,지원시스템,애호가 층 ,사회전반의 예술이해 등 이러한 모든 것들이 예술을 담는 그릇이다. 미술대학이 예술을 담기에 좁은 그릇이거든 이것은 어떤한 형태로든 넓혀주어야하고 깨뜨려주어야 한다.우리의 교육현실을 조금이라도 개혁하고 새롭게 하려는 열정들이 식어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

아무쪼록 이 글이 유학을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백기영(뮌스터 미대)

(독일의 현대미술여행)

독일의 현대미술여행 2001년 6월 마패심사

*독일의 현대미술여행은 독일의 미술관 ,갤러리,미술대학 학생들의 전시소식을 보내드립니다.

*발행원 :독일의 현대미술여행

*독일의 현대미술여행 홈페이지:http://members.tripod.com/k.pe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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