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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현대미술여행2001년 4월 메일메거진 34호

*독일의 현대미술여행은 독일의 미술을 우리눈으로 읽고 우리의 시각을 찾고자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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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lated Acts.

동양에서 온 신체와 퍼포먼스 예술

전시 장소: Haus der Kulturen der Welt

전시 일정: 3월 8일 - 5월 11일

 

언제나 전시회의 개막식은 술렁이기 마련이다. 초대된 많은 손님들과 전시회를 기획한 사람 들의 인삿말이 있고 작가들이 작품들 사이사이 서성이며 더러는 술과 음식이 제공되기 때문 이다. 하지만 그런 전시회가 모두 언론의 주목을 받는 건 아니다. 의례적인 방문과 습관화된 관심을 넘어서는 전시를 하기란 요즘같이 전시회가 많은 때에 참으로 힘든 일임에 틀림 없다. 그 가운데 베를린의 세계문화의 집 (Haus der Kulturen der Welt)에서 전시되는 Translated Acts 는 베를린에서 뿐만 아니라 독일 전역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한 전시라고 할 수 있다. 개막식이 있고 난 3월 8일 이후 독일의 거의 모든 신문에서 이 전시회를 다뤘다. 서구의 퍼포먼스와 신체예술과는 다른, 동아시아의 퍼포먼스 예술을 보여주겠다고 하는 전 시회의 목적이 흥미로웠기 때문일 거다.

그림 1. Xu Bing. Cultural Animal. 1994

그 생각을 뒷받침해주듯 독일 신문에서 빠지지않고 다루어진 작품이 중국작가인 Xu Bing 의 Cultural Animal 이다. 처음에는 퍼포먼스로 행해진 이 작품은, 라틴어 문자를 몸에 그 린 돼지 한 마리와 한자를 몸에 그린 나체의 남자인형이 등장하는 다섯장의 슬라이드다. 엎드린 사람모양의 마네킹 주위를 맴돌며 냄새맡던 돼지는 드디어 인형의 등 뒤로 올라타며 교접을 시도한다. 사람이 돼지에게 당하는 순간이다. 이 작품을 보는 사람들은 "세계화"라는 이름아래 벌어지는 서구문화와 동양문화의 불균형 관계를 충격적으로, 하지만 어렵지 않게 읽어낼 수 있다.

그림 2. Ma Liuming. Fen-Ma Liuming. 1998.

얼굴은 여자같고 몸은 남자인 게 분명한 중국의 Ma Liuming 의 작품 또한 그런 맥락에서 주목받은 작품이다. 그는 인형처럼 아무런 움직임 없이 관중들에 둘러싸여 앉아 있다. 그의 옆에는 또 하나의 의자가 마련되어 있다. 관중은 자동타이머 장치가 된 카메라의 셔터를 누른 뒤 Ma Liuming과 함께 자유자재로 사진을 찍는다. 그는 이 퍼포먼스를 유럽과 동양의 몇 나라에서 행했고 이를 사진과 비디오를 이용해 기록했다. 결과는? 인도네시아에서 관중 들은 Liuming을 안기도 하고 그 무릎에 눕기도 하면서 즐거이 사진을 연출한 반면 독일사 람들은 멀찌감치 떨어져 경직된 채 사진을 찍었다는 거다.

전시회의 기획자는 뉴욕에 살면서 활동하고 있는 김 유연씨다. 그녀가 Translated Acts 를 기획하면서 보여주고자 한 것은 동아시아 신체예술과 서양의 차이 그리고 그 다양성이다. 전시회 카탈로그 서문에서 그녀는 "서구 미술사에서 서구가 아닌, 즉 동양과 아프리카. 혹은 남아메리카와 동구권 미술은 무시되거나 잘못 해석되어왔다."고 비판한다. 불교와 유교적 전통이 이어지는 가운데 서구적인 근대화의 물결을 강압적으로 받아들여야 했고 컴퓨터와 하이 테크놀로지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는 동아시아 퍼포먼스 예술과, 기독교 전통 아래 자신들의 힘을 외부로 뻗어온 서구의 그것이 다르게 전개되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 전시 를 통해 동서양의 차이를 볼 수 있을까?

그림 3. Tehching Hsieh. One year Performance. 1978-79

그림 3은 타이완 작가 Tehching Hsieh 의 "일년간의 퍼포먼스"다. 이것은 작가가 36세에서 49세까지 13년간 계획한 퍼포먼스 중의 하나다. 그는 일 년 단위로, 집 없는 사람으로 거리에 서 살면서 건물 안으로나 지하철 안으로 들어서지 않으며 살기도 하고, 사진에서 보는 것 처럼 고립된 방 안에서 아무것도 읽거나 보지 않으며 매일 주어진 식사만을 한 채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그는 절대의 고독과 내면으로의 침잠상태에서 매일 매일을 기록하는 것으로 자신의 행위를 최소화한다. 빠르게 점점 빠르게 진행되는 속도에 대한 추구, 새로운 것에 대 한 선호와 물질에 대한 지칠줄 모르는 욕구, 성과를 이루어내지 못하는 모든 행위에 대한 경멸로 이루어진 현대 사회 속에서 그의 퍼포먼스는 기묘한 대비를 이루며 사람들에게 다가 온다.

그림 4. Chiharu Shiota. Bathroom. 1999.

흙탕물로 채워진 욕조안에 어려 보이는 여자(작가 자신일테지만)가 끊임없이 물을 끼얹고 있 다. 느린 템포. 입안에까지 흘러드는 더러운 물. 명상의 분위기와 멜랑콜리한 기분을 동시에 느끼게하는 종소리의 효과. 더러움을 씻으라고 있는 욕탕에서 벌어지는, 스스로를 더럽히는 역설적인 행위. 무언가를 인내하듯, 혹은 자신과 세상의 더러운 측면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려 는 듯 보이는 이 작업은 끊임없이 반복되면서 마치 고해성사를 보고있는 듯한 느낌을 불러 일으킨다.

이 전시는 중국, 타이완, 한국, 일본에서 온 28명의 작가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이 "동아시 아"라는 이름으로 묶여 서구 퍼포먼스 예술과의 차이점을 보여줄 수 있는지는 아직 의문으 로 남는다. 큐레이터 김 유연씨는 동서양 철학의 차이를 "doing" 과 "being"으로 말한다. 나는 이를 철학적으로 설명할 재간이 없지만 존재철학으로 일컬어지는 서양철학과 개인의 존재 자체 보다는 만물의 생성, 변화에 중점이 주어졌던 동양철학의 차이 정도로 막연하게 나마 이해할 뿐이다. 그런 측면에서 그림 5의 Gong Xin Wang 의 작품을 이해할 수도 있다.

그림 5. Gont Xin Wang. The Face. 1999.

낄낄대는 것도 같고 모든것에 무관심하다는 것 같기도 한 웃음소리와 함께 화면에 나타난 얼굴. 그 얼굴은 눈. 코, 입의 순서로 점차로 지워지고 결국에는 얼굴 전체가 화면에서 사라 진다. 얼굴이 사라지고 남은 옷자락은 점점 퍼지며 바다모양으로 변한다. 그렇게 사라진 화 면 속에서 웃음소리는 다시한번 공간을 울린다. Katrin Bettina M ller 는 Tageszeitung 에 쓴 전시리뷰에서 이 작품이 "검열"을 비유로 나타낸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고 썼다. 하지만 곧이어 "서구 미술사는 비유럽 문화와의 관계에서 지속적으로 실패했으며 잘못 번역하거나 잘못 이해했다" 라고 하는 큐레이터의 비판을 떠올린다. 그 경고성 발언을 염두에 두고 작가의 말을 읽어보니 "개인의 무의미성(Bedeutungslosigkeit von Individualit t)" 이라고 한다며 서구인의 시각에서 잘 못 해석될 수도 있는 가능성을 인정한다. 하지만 "잘 못 해석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예술작품이 작가의 의도를 읽어낼 때만 제대로 이해한 것이 되는 건 아닐텐데 그렇다면 보는 이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것을 보고 잘못되었다고 비판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만약 이 말을 인정한다면 김 유연 큐레이터의 "경고"는 그런 다양한 해석에 촛점이 가 있다기 보다는 위의 작품에서 보이듯 동양의 철학 바탕 위에 나타나는 신체예술의 내용이나 표현이 예전에 서구 유럽인들이 이미 다 실험해 본 적 있는 퍼포먼스의 "단순한 반복"이라고 보는 선입견에 대한 경고로 봐야 한다.

퍼포먼스라는 예술 형식이 저항의 성격을 강하게 띄는 것이므로 각 나라의 사회 문화적 배경이 다르면 퍼포먼스의 내용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기독교적 전통 하에서 개인의 존재 자체에 강한 의미를 두면서 발전한 서양 전통에서의 `저항'과 불교, 유 교, 도교적 전통속에서 개인 보다는 공동체와 관계에 중점을 두어온 동양은 `저항'의 대상이 다를 것이므로 그 내용과 표현양상이 다르게 나타나리라는 것은 쉽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퍼포먼스 형식 자체가 차이가 있다라고는 말하기 힘들다.

그림 6. Young Jin Kim. Hands. 2000.

(이 작품은 얼굴은 보이지 않는 가운데 두 사람의 손이 수예를 할 때 쓰는 천 틀을 사이에 두고 바늘만을 주고 받으며 바느질을 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빔을 사용해 보여지는 화면 앞 쪽에는 천정에서부터 바늘이 긴 실에 매달려있고 실이 천을 통과할 때 나는 소리에 따라 바늘이 떨리는 걸 볼 수 있게 되어있다. 남과 여, 어린이와 어른, 노인과 젊은이 등의 다양한 손들이 등장하는데 단지 바느질하는 손의 주고받음 속에서 신뢰와 경쟁, 사랑스러움과 성급함, 심지어 에로틱한 감정까지 인간의 다양한 의사소통과 상호관계를 읽어낼 수가 있다.)

서구에서 퍼포먼스라는 예술형태가 시작된 건 1950/60년대 부터다. 이차 대전이 끝난 후, 실제의 삶과 분리된 기존의 부르주아 예술양식에 대한 강한 거부에서 시작되었다. 이브 클렝, 만쪼니 등의 선구적인 작업에서 보여지는 개념성이 강한 행동예술 (Aktionskunst) 은 기존의 예술개념과는 명백히 구분되는, 새로운 예술개념에 대한 추구로 볼 수 있다. 그들은 예술 과 삶을 통합하려했으며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게 간주된 것은 쟝르간 모든 경계를 허무는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관중에게 마지막으로 보여지는 미술관 안에 걸린 "작품"보다는 그 작품이 제작되기까지의 과정이 중요하게 여겨졌고 그 과정에서 보여지는 예술가의 "생각"이 더 예술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 전시에서 보여지는 동아시아 4개국의 퍼포먼스는? 일본은 서구 퍼포먼스와 그 시작을 같이 한다. 1954년에 만들어진 구타이(Gutai) 그룹을 통해 퍼지기시작한 일본의 퍼포먼스는 전 후 일본의 경제성장과정에서 생겨난 사회적 혼란과 문화의 변화를 표현하고있으며 기존의 사고방식과 사회적 행동들을 깨고자하는 시도들을 담고 있다. 퍼포먼스의 시작과 관련해서 서구의 시작과 때를 같이하므로 서로간의 영향관계, 순서에 관한 논란이 되어지기도 했으나 서구 미술사에서 일본의 영향은 최근까지 거의 언급되지 않고 있다. 한국, 중국 그리고 타이완은 이보다 늦은 1970/80년대에 퍼포먼스가 이루어졌다. 정치적인 억압과 예술 표현의 자유가 주된 주제였다. 주로 좌파들에 의해 이끌어진 퍼포먼스는 정치적인 성격을 강하게 띄게 되고 시간이 흐르면서 위의 문제들이 점차 약화되면서부터는 사회적인 성(sex)인 젠더 (gender), Sexualitaet, 고도 기술 산업 사회 내에서의 개인의 정체성, 육체성 등이 문제시 된다.

하지만 정치적인 색채나 예술표현의 자유 등의 문제는 서구 퍼포먼스의 전신으로 볼 수 있 는 다다 운동이나 초현실주의, 미래파 등에서도 볼 수 있는 문제이고, 젠더에 대한 고민, 디지탈 문화와 고도 기술 산업 사회 내에서의 개인 정체성이나 육체성의 문제는 비단 동양만의 문제의식은 아니다. 그러므로 퍼포먼스 예술이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를 가지고 동서양 차이를 말하기는 쉽지 않다. 서유럽이나 미국을 포함한 서양 역사 속에서 문화 예술이 각국의 독자적인 문제의식을 넘어 언제나 서로 영향을 주고 받고 있었고 코스모폴리탄적인 전통이 끊임없이 있어왔기 때문에 그들에게서 공통되는 점들을 묶어내기가 비교적 수월한 반면 이번 전시에서 보여지는 동양 4개국은 어찌보면 단지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이유만으로는 서로 묶이기 어려울만큼 차이가 있다. 이는 어쩌면 서구와 동양의 차이만큼 클지도 모른다. 때문에 단지 이들 네 나라가 불교와 유교의 전통이 있으며 한자 문화권 이라는 틀 아래 묶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더 많은 연구와 논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Translated Acts 의 전 시는 지금껏 서구인들의 관심 밖에 있거나 무시되어져 왔던 동양 4개국의 현대예술을 살펴볼 수 있었다는 의미 이외에, 이처럼 막연히 가깝게 느껴지는 중국, 한국, 일본, 타이완의 서로 다른 예술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데 더 큰 수확이 있다.

조이한 (베를린 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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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현대미술여행 2001년 4월 메일메거진 34호

*독일의 현대미술여행은 독일의 미술관 ,갤러리,미술대학 학생들의 전시소식을 보내드립니다.

*발행원 :독일의 현대미술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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