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현대미술여행 제1회 독일전체 한국미술대학생 웍크샵

*독일의 현대미술여행은 독일의 미술을 우리눈으로 읽고 우리의 시각을 찾고자 고민합니다.

제1회 독일전체 한국미술대학생 웍크샵

"인터넷을 통한 한국 미술인들의 연대"에 관한 제언

조이한(베를린 미술사 )

"인터넷을 통한 한국 작가들의 연대"의 원래 목적과는 약간 빗나간 얘기를 하게 될 수도 있지만 얘기를 끌어가기 위해 우선 이러한 연대를 왜 하는가를 잠시 짚고 넘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어떠한 일을 추진할때는 뚜렷하든 그렇지 않든간에 어떤 목적이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연대의 필요성은 백기영씨의 방문 이전에 이미 베를린에서 제기되었고 그 때문에 작년부터 베를린에 있는 한국 작가들, 이론가들의 만남을 계속해왔습니다. 그런 와중에 독일 전체의 연대의 필요성이 제기되었기 때문에 별다른 부연설명 없이도 쉽게 합의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서로 얘기를 나누는 가운데 정리될 수 있었던 "연대"의 목적을 정리하면 아마도 크게 다음 두 가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제일 첫번째로 떠오르는 것은 "민주적인 정보의 공유"입니다. 특히나 정보의 민주적인 공유는 인터넷을 통한 것 보다 더 좋은 메체가 없을 정도입니다. 작가 개개인, 혹은 그룹들의 홈페이지와 링크시켜 각각이 무슨 작품을 하고 있는지, 어떤 활동계획들이 있는지를 알 수 있고, 이를 통해 전시나 기타 여러가지 활동을 활성화 시킬 수 있다는 잇점이 있습니다.

두번째로 들 수 있는 목적은, 독일에 유학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체 내의 역사를 만들지 못하는 우리들의 "비역사성"을 극복하자는 데 있을 것입니다. 지금 살고있는 곳이 독일이지만 우리들은 이곳을, 우리가 살아야할 곳으로 여기기보다는 잠시 거쳐가는 곳으로 여기기때문에 이곳에서의 삶은 유예기간으로 여겨지며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까지의 준비과정 정도로만 여기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몇년이 될 지 모르는 이곳 독일에서의 삶이 공백으로 남겨지는 것은 우리들 개인에게나 독일에도 똑같이 유감스런 일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비역사성"의 극복을 위해서도 독일에 있는 한국 작가들의 연대는 필요합니다.

그밖에도 여러가지의 목적이 있을 수 있습니다. 매우 기꺼운 마음에서 "독일의 현대미술 여행"을 들어가보았고 가능성들을 읽어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독일에 있는 한국 작가들의 명단이나 제일 먼저 보게되는 첫페이지 등이 한국어로만 되어있다는 사실이 눈에 띄었습니다. 작가 개인의 홈페이지를 들어가보니 독일어를 병기한 곳이 있긴 하더군요. 한국어를 할 수 있는 외국사람들은 극소수이고 독일어가 가능한 사람들도 전세계적으로 보자면 그렇게 많은 숫자가 아닙니다. 때문에 외국에서 유학을 하고 있는 작가들의 촉수가 거의 한국을 향해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바로 그 점때문에 독일에 있는 한국 작가들의 "연대"라고 하는 것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무엇을 위한 연대이며 무엇을 위한 정보교환을 의미하는가. 앞에서 열거한 멋있는 목적들이 사실은 앞으로 한국으로 돌아가 밥그릇을 확보하기위한 또 하나의 배타적인 몸짓은 아닐까...

인터넷은 그것이 나오기 이전까지는 생각할 수 없었던 정보교환을 시공간을 초월하여 가능하게합니다. 예전에는 그 나라에 가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과 노력, 경제적인 투자를 해야만 알 수 있었던 자료를 순식간에 지금 있는 이 자리에서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들어 세계 각국, 혹은 동아시아의 작가들 작품을 어떤 특정한 주제에 따라 전시를 하고자 하면 각국 예술가들의 자료가 모아져있는 곳을 찾을 수 있고 거기서 작가들의 이력은 물론 작품들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데이터뱅크는 많은 작가들에게 균등한 기회를 제공합니다. 하지만 데이타 벵크를 만들고 있거나 국제적인 큐레이팅을 하고있는 사람과 나누는 과정에서 그들로부터 들은 얘기에 의하면 이런 자료들을 영어로 제공하는 곳이 한국에선 없다는 것입니다. 독일에 있는 한국작가들의 명단을 모아놓았다고 하는 "독일 현대미술여행"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흔히들 한국의 미술계가 문제가 있다고들 합니다. 적은 수의 자리를 놓고 권력다툼을 하는 틈새에서 열심히 작업을 하는 소위 "빽"없는 작가들은 살아남을 수가 없다고들 말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비판을 하는 우리들 시선 또한 어떻게하든 그 바닥에서 살아남기 위해 빈 공간을 엿보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그러한 미술계의 문제가 한순간의 조치로 바뀔 수 있으리란 생각은 그 누구도 할 수 없지만 어떻게든 그 안에서 생존을 걸어야한다는 생각은 젊은 미술인들의 숨통을 조이는 게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좀 더 시선을 넓게 가져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안에서의 자정노력과 더불어 그 안에서만 목을 걸지 않으며 살아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해 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되면 권력망의 내부에서는 보이지 않던 것들을 볼 수도 있고, 눈치보지 않으면서 자기의 목소리를 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작가들을 소개할 수 있는 인터넷 홈페이지가 영어로 떠야합니다.

이런 작업의 부재는 세계속에 한국의 작가들을 알리는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작가들이 재능도 있고, 역량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세계 미술시장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그런 정보가 없다는 데에도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것은 작가 개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국가와 민간의 협력으로 비영리재단을 운영하여 한국의 작가와 작품들을 널리 알릴 수 있는 자료들을 모아야 합니다. 하지만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그런 일들을 해야하는 사람들은 한국내에서의 밥그릇싸움에 매달려 그런 일에 신경을 쓰실 여유가 없는 모양입니다. 그렇다면 그런 기관이 생길 때까지 맥놓고 기다리느니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한도내에서 최선을 다해 뭔가를 할 수도 있으리란 생각을 해 봅니다.

인터넷을 통한 연대. 이는 작가 개개인의 개인주의를 극복하고 더 넓은 협력에의 길을 열어주는 가능성입니다. 어떤 전시가 기획중이어서 한국 작가들을 알고싶을 때, 개인적인 선을 통할 수 밖에 없고 그렇게해서 교섭이 된 작가는 자기 이외에 다른 작가는 없다는 듯이 행동할 때, 우리의 미술은 세계시장에 알려질 기회를 잃게 됩니다. 이는 "우리"가 살아야 "나"도 살 수 있는 현실을 잊어버린 것일 수 있습니다. "연대"의 첫걸음을 내딛는 우리들의 시선이 좀 더 먼 곳을 바라보고 시작할 수 있다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독일의 현대미술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