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현대미술여행2001년 1월 신년미술기행
*독일의 현대미술여행은 독일의 미술을 우리눈으로 읽고 우리의 시각을 찾고자 고민합니다.
브레멘의 베저브르크 미술관에서 
이번 여행에 먼저 목적지로 삼은 것은 브레멘의 베저부르크 미술관이었다.마침 브레멘에 피아노를 치는 유학초기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가 있어서 친구도 볼겸 브레멘으로 향했다. 해마다 실베스터를 함께 보낸 덕인지 우리는 어느새 오랜 시절을 같이 해온 것처럼 이곳 생활의 푸념에 깊이 빠져 들었다. 한국에서 미처 생각지 못했던 많은 문제들이 우리앞에 산재해 있는 막연함이 그럴 때 마다 언제고 동반된다. 밤늦은 시간까지 우리는 한국인임을 수치스러워 하다가 자못 애국심에 빠져 무언가 하지 않고는 못 배길 것 같은 책임감 같은 것으로 의욕을 불태우기도 했다.구석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재롱을 보면서 시간이 흐르고 있음을 실감한다.
다음날 아침 부터 서둘러 브레멘의 중심으로 차를 몰았다.브레멘 중심을 유유히 흐르는 강의 이름이 베저 강이고 이 강을 양편으로 가르고 있는 테어 호프는 작은 섬처럼 강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다. 이 테어 호프에 여러채의 집이 있는데 4층으로 나란히 지어진 네개의 건물이 베저부르크 미술관이다. 해마다 새로운 현대미술기획전들이 여기서 많이 기획되고 있는 것을 들어서 특별히 이곳을 방문했다.
지난해 말부터 신년을 넘기는 시기에 1970년대 개념미술에 주안점을 둔 기획전시 "암네시아"가 전시되고 있었고, 상설전으로 이 미술관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 팝 아트와 독일의 개념 미술 작가들의 근래 작업들을 보여 주고 있었다. 낡은 옛 저택을 따라 가는 기분으로 건물을 오르내렸지만 구석 구석에 숨겨진 현대미술의 진가는 이 낡은 구조의 건물에서 더욱 돋보였다.허름한 창밖으로 지나다니는 베저강의 선박들이 보이고 화창한 새해 아침의 햇살이 예술작품들위로 고요히 떨어지면 예술품들이 위치한 이 공간에는 나와 작품사이의 신선한 교감만이 숨쉬고 있었다.
베를린의 구겐하임 미술관-제프 쿤스의 새로운 회화전
베를린
구겐하임은 올해 초 미국의 인기작가들을 독일에 소개했다.그 전시의 홍보가 얼마나 대단했던지, 내가 베를린으로 달려간 것의 목적은
오로지 "제프 쿤스"를 보는 것이었다.오전 일정을 모두 뒤로 하고 반 나절 동안 쿤스에 빠져 보리라 마음을
먹고 미술관의 문을 밀었다.역시 두꺼운 카타로그가 입구에서 비싼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었고 ,나는 조금 흥분을 감추고 전시 장에
들어 섰다.그러나 막상 전시장에서 만난 작품은 쿤스의 7개의 회화 작품뿐 이었다.그 볼게 많다는 베를린에서 반나절을 구겐하임에서
보내겠다는 생각으로 비워놓은 시간을 30분도 못 채우고 전시장 문전을 나와야 했던 것이다.어떤 작가의 작품은 이렇게 몇점 안되는
회화만으로도 독일전체를 발칵 뒤집는 전시처럼 인상을 주고 어떤 작가들의 전시는 홍보의 미숙으로 뒷전으로 밀려나고 마는 현실을
허무하게 만나고 있는 듯했다.
남은 시간을 어떻게든 고미술관 들이 늘어서 있는 unter den Linden str.에서 보낼 양으로 여기저기를 배회했다.베를린 구겐 하임 건너편으로 전쟁박물관이 있는데,6년전에 한번 아주 인상적인 사진들을 본 기억이 있어서 그리로 향했다.그러나 안타깝게도 박물관이 수리중이라 닫혀 있었고,그 박물관 옆에있는 전쟁에서 학살당한 사람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케테콜비츠의 기념 조각이 있는 작은 건물로 발길을 돌리게 되었다.
하늘로 부터 동그란 구명이 나있어 하늘에서 비가 내리든 눈이 내리든 모든 하늘로 부터 오는 것들을 이 공간에서는 오직 케텔콜비츠의 피에타 상에로 떨어진다.그 전날에 내린 눈으로 모자상의 머리에 눈이 조금 얹혀 있었다.보통 피에타 상에서 느끼는 죽은 그리스도를 안고 있는 마리아의 종교적 숭고미는 케테콜비츠에게서 삶의 처절한 현실앞에 절규하는 인간의 어머니로 자리 잡고 있었다.기타의 피에타상이 종교적 영화로움을 기대하게 한다면 케테콜비츠의 피에타는 절규와 분노를 유발시킨다.누가 한 여인으로부터 사랑스러운 자식의 목숨을 빼앗아 갔는가? 이 작품 때문에 우리는 다시 베를린을 샅샅히 뒤져 케테콜비츠 미술관을 찻게 되었다.
두개의 서로 다른 "포옹"(피카소의 포옹전/ 케테콜비츠 미술관)
오랜만에
서울의 백화점 지하상가 같은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으며 간만에 고향(서울) 돌아온것 같은 분위기를 만끽하는 것은 대도시로의 여행에서
느끼는 재미다.오후에는 베를린 신 내셔널 갤러리의 전시들을 보러 갔다.베를린의 새로운 중심을 구축해 가고 있는 포츠담어 플라츠의
소니 쎈터에서 조금 떨어진 자리에 새로 지은 유리건물이 환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한국의 광주비엔날레 이후로 이렇게 많은 사람을 미술관에서 본 것은 그 날이 처음 이었다. 표를 사는데에 만도 20여분을 낭비해야 했을 정도니 말이다.이번에 처음으로 잡지 사진기자의 작품이 미술관에서 처음으로 전시된다는 "헬무트 뉴톤"의 사진 전과 피카소의 작품들 중"포옹"이라는 테마에 촛점을 맞춘 피카소 작품전,그리고 초현실주의의 정신성을 다룬 "쉬르레알렌 벨트"전 등은 대중적인 인기를 끌만한 전시였다.특히 초현실주의 작품들을 보여주는 전시장에 들어서면 나는 늘상 그래 왔던 것 처럼 초현실주의 대표작가들의 대표작 정도를 기대하고 있었다.그러나 17세기 18세기 고야나 초기 낭만주의 작가들의 에칭과드로잉을 중심으로 시작된 이 전시는 작품 하나 하나를 그냥 지나치기 어려울 정도로 섬세하게 초현실주의 정신성의 근원을 찻고 있었다.대작과 걸작 위주의 기획이 아니라 기획자의 시각적인 관심을 쫏는 전시라는 것이 강하게 느껴졌다.
피카소의 작품들을 보여주는 전시에서도 똑같은 느낌이었다.나는 우리나라 덕수궁에서 열리는 인상파전이나 피카소전 등을 상상했다. 피카소의 대작들을 다시 한번 보는 구나! 했는데, 이건 뜻밖 이었다. 그동안 미술관에서 즐겨보던 피카소의 작업들중에서 "포옹" 과 관계 있는 작업들만을 선별해서 시기별로 나열해 놓은 이 전시는 피카소의 사생활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을 정도의 친밀감을 느끼게 했다.이 전시를 위해서 피카소 딸들과 아들들이 협조를 했다. 피카소가 사랑하던 가족들의 그림들을 대부분 가족들이 소장하고 있기 때문이다.같은 작가의 작품이라도 이렇게 기획에 따라 다른 각도로 읽혀 질 수 있으니 요즈음 전시기획은 기획 그 자체로서 이미 하나의 예술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화려한 베를린 신 내셔널 갤러리의 엄청난 인파들에 치여 작품들은 보는 둥 마는 둥하고 전시장을 나서니 미술문화가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는 것은 많은 미술관계자들이 바라는바 이지만 작품을 진지하게 볼 수 없는 돗대기 시장같은 전시장에서 나는 예술이 슈퍼마켓의 진열장 같다는 생각을 했다.기획자의 박식한 예술지식으로 관람자들을 만족시키는 예술상품을 보는 것처럼 말이다.
다음날 나는 베를린 중심가의 외진 골목에 자리잡은 케테콜비츠 미술관을 찻았다.쾰른에도 그녀의 미술관이 있는데,한번도 가볼 기회가 없었다.학부때 판화를 전공한 내 아내의 간절한 소원이기도 했기에,복잡한 베를린을 뒤져 케테 콜비츠 미술관을 찻았다.주택가에 자리잡은 작은 미술관에 많은 사람이 찻지 않는지 아침에 출근한 미술관 관장이 로비에서 환영인사를 다 해주었다.(주차장을 찻기어려워 미술관앞에 걸쳐 놓은 것이 부담이되어 마침 주차 허가를 받으려고 한 사람이 미술관 관장일 줄이야!그는 아주 호탕한 성격의 소유자였고,쉽게 허락을 해주었다.)3층에 걸쳐 케테콜비츠의 드로잉과 판화 작품 그리고 소수의 조각 작품들을 보면서 나는 어느덫 피카소가 그린 "포옹"이라는 주제와 그녀의 "포옹하고 있는 사람들"을 비교하고 있었다.피카소의 포옹은 사랑과 기쁨 같은 것을 느끼게 하고 입마춤을 하는 두 인물의 이빨을 입체파식으로 해체해 놓아서 관람자들이 그의 작품앞에서 한번씩 웃고 지나치기도 했는데,콜비츠의 "포옹하는 사람들"은 "생존에 대한 보호본능"에서 오는 절규 같은 것을 느끼게 했다.그녀의 삶에 깊은 그늘 같은 것을 느끼게 했다.거친 필치와 섬세한 사실주의적인 감성이 당시의 역사적 상황속에서 아이둘을 잃은 어머니의 아픔을 날마다 지니고 살 수 밖에 없었던 운명같은 것을 보게 된것이다.
두 서로다른 삶을 살다간 예술가의 작업을 보면서 내가 살고 있는 시간들이 아주 잛은 순간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누구나 자기 삶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산다.그러나 서로가 이렇게 단순하고 명확하게 다른 삶의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다는 데에서 오는 대조 같은 것 때문일 것이다.현대미술의 숱한 장르들을 섬렵하고 예술논의를 확장시킨 피카소의 삶과 예술,예술적인 문제에 대한 논의보다 삶의 문제에 더 깊은 갈등을 가지고 살았던 케테콜비츠의 삶이 내게 서로 다른 측면에서 진동하고 있었다.
나체 연인의 자기성 (性) 보여주기 -헬므트 뉴튼 전-베를린 신 내셔널 갤러리
신 내셔널 갤러리의 입구에 들어서면 아래와 같은 노골적인 누드사진과 그앞에서 시선을 어디에 둘지 몰라하는 독일 신사들의 풍경을 만나게 된다.50여년을 대중잡지에 포로노 사진과 여체를 주로 찍어온 이른바 상업사진작가가 신성한 예술을 다루는 미술관에 들어선 것이다.그가 다루는 여인들은 에로틱한 감성을 유발하는 관음증의 만족대상이 아니다.그의 사진에 들어 있는 여성들은 아주 자신 만만하게 자신의 성을 드러내고 있다.강인한 신체미와 수치심을 모르는 이 여성들은 우리시대의 페미니스트들에게서 느끼는 파격 같은 것을 느끼게 한다.벌거벗은 누드 사진앞에 서 있는 남성들은 이 사진속의 여성에게 지배 당하는 것 같은 당혹감 같은 것을 느끼게 되는데, 당당한 포즈와 함께 사진의 강한 콘트라스드가 이 효과들을 강화시키고 있다. 밝은 배경에 우뚝선 실제 인체크기보다 조금크고 관람자의 시선위로 배치된 사진들은 이 효과를 극대화 시키고 있다.누드의 여성들은 관람자를 내려다 보고 있다.그의 다른 초기 사진들에 대한 분석과 소개는 다음호에 다루기로 한다.
헬무트 뉴튼전의 광경,베를린 신 내셔널갤러리.
베를린 장벽이후 (After the Wall)-베를린 함부르크 반호프 .
베를린에 왜 함부르크 반호프가 있을까? 나는 이 전시장을 베를린의 전시소개에서 발견하고는 함부르크 까지 가야하는 걸로 착각하고 말았다.주소를 자세히 살펴보고는 이 미술관이 베를린의 중심가에 위치하고 있으며(서북부 Weding에 있었다.) 옛 기차역을 보수해서 만든 미술관인걸 알게 되었다.마침 이 전시장에서 "장벽 이후" 라는 테마로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고 동구가 붕괴된 이후의 동구권 작가들과 동독지역의 과거 사회주의권 작가들의 예술계 내의 새로운 급부상을 목격 할 수 있었다.많은 작가들의 이름을 보았지만 한 사람도 이름 이 머리에 남지 않았는데,이는 읽기도 어려운 루마니아식 혹은 체코식 이름들 때문이었다.이 전시에 대한 구체적인 보도도 다음호로 미루기로 한다.
볼프스 브르크의 로이 리히텐 슈타인 전 .
돌아오는 길은 어둑어둑 해지는 저녁시간이었다. 언제나 처럼 아우토반은 이 시간이면 고요한 전쟁터를 연상하게 만든다.모두들 달리고 있는 자동차에서 어두워지는 밤을 기다리고 있었다.5시가 되어서 도착한 볼프스 부르크의 현대미술관에는 로이 리히텐 슈타인의 전시가 있었다.주로 그의 작업중에서 거울작업을 다룬 이 전시는 60년대 팝 아트의 도 다른 진가를 보게 했다.대중적 이미지 속에 숨겨있는 자기 성찰의 무거운 미학들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이 전시의 구체적인 보도도 다음기회로 미룬다.전시를 보고와서 인터넷을 검색하고 이 전시를 위한 언론 보도자료를 전리하고 나면 이 글들은 쓸만한 것이 되지만 늘상 감정만으로 쓰는 글들은 깊이가 없고 정확한 분석을 언제나 피해 가고 있는 것을 느낀다.
여행을 마치고 .
1999년 11월을 시작으로 나는 인터넷에서 독일의 현대미술에 대해 글을 쓰는 한 사람이 되었다.숱한 전시들을 돌아 다녔고,올해도 같은 기분으로 시작을 했다.나는 올해에 더 깊은 예술의 안목이 생겨나기를 바란다.그리고 이 홈에 드나드는 사람들이 " 예술은 무엇인가?" 하는 현대미술의 깊은 논의에 함께 빠져들기를 기대해 본다.예술은 언제나 중재"vemittlung"되어져야 하고 이 중재는 언제나 작가에게 예술을 합법화 "Regitimation"시켜 주는 것이다. 현대미술의 생존의 당위성을 보장해 준다는 측면에서 "예술 논의"가 깊어 지는 것은 우리의 미술계나 한 작가로서 나의 삶을 기름지게 하는 것이리라 확신한다.
신년부터 "독일전체 한국인 미술대학생 워크샵" 이란 걸 기획하면서 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독일에서 유학하시는 많은 분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만나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인간적인 만남의 자리에서 언제나 진실한 목적들이 새워질 수 있다는 생각은 그저 나의 신념이 아니기를 바란다.나는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는 우리 속담을 실현시켜 보여주고 싶다.인터넷 상에서 이루어지는 새로운 연대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백기영(뮌스터 미대 )
(독일의 현대미술여행)